▲ 용인시의회 전경. |
[Y사이드저널 박상욱 기자] LH 직원 땅투기 사태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공직자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해충돌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용인시의회에서도 이해충돌과 무관치 않는 시의원의 과거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용인시의회 한 시의원이 수년전부터 아파트 개발시행사가 부담해 조성해야 하는 도로를 시민의 혈세로 만들라고 시에 요구했다. 조성비는 나중에 개발시행자로부터 돌려받으라는 것인데, 아파트가 개발되는 지구 안에는 해당 시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병원이 포함돼 있다.
용인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이제남 위원장(민주당·재선)은 초선 시의원이던 지난 2015년 3월20일 19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용인시가 (고림지구 개발) 사업시행사와 협의해 예산으로 먼저 도시기반시설(도로)을 만들고, 나중에 환수받는 사업방식(대위변제)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제남 위원장이 말한 ‘대위변제’란 도로를 조성하기 위해 용인시가 먼저 예산을 들여 사업을 안정적이고 빠르게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업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 이익을 내야 하는 시행자 입장에선 ‘대위변제’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방식은 자칫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시행자로부터 제때 조성비용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림지구 개발사업에는 대위변제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애초 고림지구 개발은 사업시행자가 기반시설을 설치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 이제남 위원장도 이를 알고 있었다.
▲ 고림지구단위계획 (빨간선 안쪽)에 포함된 이제남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병원(노란색)이 포함돼 있다. |
그러나 이제남 위원장은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이 위원장은 2015년 7월6일 용인시의회 제200회 정례회 본회의에서는 “지역의 한 사람으로서 고림지구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시행사에 편의와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자는 것이지 특혜를 주자는 게 아니다”는 논리를 펴며 예산 투입을 재차 요구했다.
이제남 위원장은 재선이 된 뒤인 2018년 7월24일 이번엔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요구는 계속됐다.
기흥역세권2 개발사업과 관련된 예산안을 심의하던 중 이 위원장은 “고림지구도 용인시가 대위변제 받을 것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결정하라”고 했다. 이 말은 용인시가 기흥역세권2 기반시설(도로)을 용인시 예산으로 조성하고 나중에 사업시행자에게 받겠다고 해서다.
얼핏 보면 형평성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사업시행사가 이미 정해져 자신들이 도로를 만들겠다고 한 고림지구와 달리, 기흥역세권2는 사업시행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반시설을 먼저 조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우가 다르다.
급기야 이제남 위원장의 반복되는 요구에 이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이 위원장은 억울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2018년 11월25일 229회 정례회에서 이 위원장은 “그동안 (고림지구) 기반시설을 우선 구축하고, 사업자에게 환수하는 방식을 용인시 요청했으나 나에게 돌아온 건 개인적인 민원을 제기한다는 오명과 의혹뿐 이었다”고 말했다.
이제남 위원장은 언론에 불만도 드러냈다. 2020년 6월15일 제244회 정례회에서 “내 사업장(병원)이 고림지구 인근에 있다고 내가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언론이 떠들어대고 있다”며 “고림지구에 대위변제를 하지 않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용인시에 따지기도 했다.
이제남 위원장이 고림지구와 관련해 용인시의회에서 회기 때마다 집요하게 ‘대위변제’를 시에 요구한 횟수는 최소 7번인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시의회는 시의원이 이해관계가 있는 내용에 대해 심의를 하지 못하도록 조례로 못박아 놨다. <용인시의회 의원 행동강령에 관한 조례> 11조는 ‘겸직하는 활동을 심의·의결할 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에선 그 심의·의결을 회피해야 한다’고 돼 있다. 공정한 심의를 위해서다.
▲ 2018년7월30일자 경기경제신문 캡처. |
이제남 위원장과 관련된 고림지구 개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림지구 개발시행사와의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
인터넷 매체 경기경제신문은 지난 2018년 7월30일자 <0000병원-00건설 시행사, ‘수상한 땅 거래’ 의혹 불거져>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병원과 고림지구개발 시행사 간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를 정리하면, 이제남 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병원이 고림지구 개발 시행사로부터 공시지가보다 40%(6억원) 싼 가격에 병원의 증축 부지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당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남 위원장은 “(땅을) 판사람(금융사·시행사)에게 따져야지 산 놈이 무슨 잘못이냐”고 해명했다. 해당 건설사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매체는 또 “고림지구 개발 시행사가 이 위원장의 병원 인테리어 공사를 해줬다”고 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아파트 개발 공사 피해에 따른 원상복구 차원의 공사”라고 매체에 말했다.
관련해 이 매체는 “용인시의회 도시건설위 소속 이제남 시의원은 (자신의) 병원 뒤편에서 건설 중이던 ‘00건설’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제남 위원장은 지난 7대 용인시의회 후반기와 8대 전반기 4년을 줄곧 도시건설위에서 활동했다. 8대 후반기에는 도시건설위원장을 맡았다.
박상욱 기자 ysidej@hanmail.net